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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 초는 내 심장의 1 박동만큼 알 수 없이 흐르고 야동 화면의 30프레임만큼 빠르다. 1 분은 겨우 생각 하나에 긴 한숨 내쉴 만큼 빠르고, 급한 설사에 화장실 앞에서 괄약근에 힘주는 시간만큼 길다. 1 시간은 긴 숨을 60번이나 내쉬어야 할 만큼 지루하며 답답하지만, 집에 들여보내기 싫은 여인네 집 앞에서 알짱거리는 남정네의 고추만큼 짧다. 업무시간은 한 숨을 백만 번은 쉬어야 할 듯 지루하고 느린 시간의 연속이고, 점심시간은 짜장면 면발 불어터질 만큼 생각도 내쉼도 겨우 치룰만치 짧다. 하루는 출퇴근 교통만큼이나 각박하게 치루어야 하는 전쟁이면서도, 또 하루는 담배 한 갑의 20개비로 피워내는 담배연기만큼 공허하다. 일주일은 주말을 기다림에 정비례하고 주말은 그 기다림의 정도에 반비례한다. 축복받은 놈은 짧고, 모태솔로 같은 놈들에게는 길기만 하다. 한 달은 겨우 4 번의 주말만큼 적다. 또 한 달은 월급날의 기다림만큼 길며, 카드결제일만큼 또 짧다. 축복 같은 월급명세서는 달랑 한 장이고, 치루어야할 청구서는 쳐다보기도 싫다. 그리하여 1 년은 불어터진 떡국만큼 맛대가리 없이 흐르지만, 전투화라도 삶아 먹어치우고 싶은 군바리들에게는 간절하다. 되돌아본 세월은 추풍낙엽속의 은행나무 숫그루 만큼 남은 게 없고, 지난 사랑의 기억에는 암그루 밑에 으깨어진 은행만큼 구리다. 그렇게 시간은, 어떤 놈은 짧다하고 어떤 놈은 길다 우길까봐 짧고 긴 걸 다 써줘야할 만큼 머리통 깨질 것 같으면서도 세상 눈치를 살펴가며 목숨보존 해야 할 만큼 절박하다. 아무리 지랄을 떨어봐야 느려터진 국방부 시계는 언제나 느리고, 이마빡에 새겨지는 고랑에는 거꾸로 매단 국방부 시계처럼 어김없이 졸졸졸 흐른다. 그리고 나는, 남은 머리숱에 반비례하여 허탈하다. 글/사진 김재중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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